음악 춘추 2002/9
음악 춘추
* 어떻게 오페라 분장에 입문하게 되었는지요
대학 신입생 때 연극반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무대분장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분장을 가르쳐주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외국 책을 번역한 책(문예진흥원발행/분장) 한 권을 신주 모시듯이 들고 다시면서 독학을 했죠. 더욱더 분장법에 대해 갈증을 느낀 저는 그 당시 KBS에 다니시던 형부의 도움으로 우리나라 분장계의 대부이신 故 전예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삼고초려 하듯이 따라 다니며, 드디어 제자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방송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작업하신 전예출 선생님의 문하에서 많은 장르의 분장을 배웠고, 김자경 오페라단과의 작업이 첫 번째 오페라를 하게 된 단체였으며, 이때부터가 제가 오페라 분장을 하게 된 계기라 할 수 있겠죠.
* 오페라 분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오페라 분장은 다른 장르의 분장에 비해 시대적 고증을 많이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시대에 따라 당시 유행하던 헤어스타일과 의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나라의 인종이나, 문화, 극중인물의 성격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분장(수염, 헤어, 의상, 소품, 장신구 등)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곡가마다의 음악적 성향을 정확히 감지하고, 곡속에서 표현되어지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장면별로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하구요. 그런 관계로 스텝회의를 공연 준비 초반부터 참여하여, 작품에 대한 연출자의 의도나 무대장치의 색상 및 스타일, 조명의 컬러 느낌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인지해야만이 어울리는 인물을 형상화시킬 수 있습니다.
* 혹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역시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예를들자면 하나의 오페라를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인원과 재료, 시간 등이 필요하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분장 디자인비가 따로 책정된 곳이 없습니다. 그저 그 작품을 담당한 분장 디자이너 한 사람의 인건비로 공연 날짜 만큼만 일당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예전에(10년이상) 우리 선생님들이 작업 할 때와 금액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죠. 그 당시는 재료도 저렴, 인건비도 저렴, 화장품은 자가 제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고가의 수입 화장훔을 사용하고, 팀원들도 최하 3년 ~10년차까지의 전문 인원들이 팀을 이뤄서 작업을 하니까 인건비 또한 만만치가않죠. 그리고 요즘은 홍보 쪽에 많은 신경들을 쓰다보니, 보도사진 촬영도 2번 이상, 그리고 ‘스팟 촬영을 한다’, ‘플레스콜을 한다’, ‘신문 ․ 방송 등에서 인터뷰한다’는 것에서부터, 리허설시 분장도 게스트가 4명이면 당연히 4번해야 하는 등 공연 일수보다 더 많은 날들을 공짜로 작업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하는 풍토죠. 인원은 100명이 넘어가도 추가로 직급할 생각도 하지 않고, 일수가 많아지면 오히려 깍으려 하니...
* 오페라 분장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일단 무대분장을 2년 이상 배운 후 오페라를 많이 하는 팀에 소속해야만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고, 또한 헤어디자인, 수염 등은 기본이고, 물론 오페라 음악을 좋아해야 합니다.
* 분장에 있어 외국과 비교해 우리의 위치는 어느정도라고 보는가
외국에서 활동한 성악가들에게 들으면 우리나라의분장사들이 훨씬 실력이 좋다고 합니다. 저도 해외공연을 다니면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구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작업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고 또한 많은 재료의 개발과 실험정신이 있으므로 더욱 발전적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특수분장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력은 상당한 경지까지도 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분장에서도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세분해서 지원하고 인정해 주고 있죠.(헤어, 마스크, 수염, 분장 등의 세분화) 또한 오페라 극장처럼 큰 극장에는 전문 분장사가 전속으로 팀을 이뤄서 안정적으로 작업한다는 점이 제일 부럽습니다.
* 앞으로 오페라 분장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오페라 분장은 발레분장과 마찬가지로 클래시컬한 작업입니다. 품격을 가지고, 하나의 종합예술을 완성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손끝을 움직입니다. 오페라는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예술입니다. 진정으로 멋진 오페라 분장사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모든 오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이 봐야 합니다. 그속에서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인생을 찾아내고 단순히 손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과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의 손을 가지게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쉽지도 않고,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화려함만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끝없이 자기 자신과 싸워야만 도달할 수 있는 외로운 길임을 알고 뛰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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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fmakeup 
